종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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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찬가

을지로, 명동, 소공동, 서소문쪽 혹은 그 위에 무교동 광화문 청계천 종로 아니면 더 올라 가서 인사동 서촌 북촌 일대에 이르는 이 서울 중심부를 나는 참 사랑한다. 이 동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 동네에 직장이 있어도 나는 쉬는 날에도 올 것 같을 만큼 너무너무 좋아한다.

스무살 때 부터 이 주변에서만 일을 하고 학원을 다녔고, 별일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러 왔다. 나를 만났었던 이전의 연인들과 적어도 한번은 모두 이 주변에 왔고, 좋아하는 친구들이랑도 굳이 지하철을 타고 몇십 분을 달려와 이 곳에서 만났다. 종로의 젊음의 거리나 종각 일대에는 술집이 즐비한데, 직장인들로 가득찬 술집들 가운데에 있는 유학원이랑 학원을 다니다보면 그 이질감이 우스웠다. 서소문쪽에는 맛있는 콩국수집이 있다. 대한항공 건너편 건물 뭐더라.. 그 건물 1층이 다 스타벅스인데 천장이 높아서 비오는 날 거기 앉아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좀 걸어가면 바로 시청인데 때때마다 시청 건물에 붙어있는게 달라지는걸 보는 재미도 있고, 밤이 되면 예쁜 불빛이 색깔을 바꿔가며 점멸하는게 예쁘다. 시청 광장 바로 앞에 있는 출구가 몇번 출구더라. 금연이라던 지하철역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꽤 많아서 나는 거기서 그 사람들을 기다리고 서있던 적이 많다. 종로 5가부터 시청 쯤까지 걸어다니기도 했고, 인사동 초입에 있는 학원에 줄서서 들어가는걸 이상하게 쳐다보던 외국인들도 보았고, 계절마다 다른 테마의 청계천변을 걷다보면 없던 로맨틱함도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광화문 끄트머리 그 동화면세점 있는 곳에 가면 뭔가 서울의 끝 같고 세상의 끝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직도 아무 볼일이 없어도 광화문엔 자주 가서 그냥 걸어다니기도 하고, 교보문고에 들어가 사람들 틈에서 책을 읽다가 한권 사서 나오기도 하고, 밤이 될 때까지 돌아다니거나 광화문역점 스타벅스에 앉아서 해가 지는걸 구경하기도 한다. 숭례문을 돌아나가는 버스를 타면 기분이 엄청 이상해지는데, 나는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숭례문을 본다. 그 부근을 안개낀 새벽에 술에 취해 걸어다니면서 숭례문을 오래오래 봤던 기억이 있다.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면 서촌 골목골목을 갈 수 있는데 아무데나 내려서 보이는 귀여운 잡화점이나 옷가게 까페에 들어가보기도 한다. 무교동에는 맛집이 많다.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파는 집, 코다리냉면, 돼지국밥, 갈비탕, 타코와사비가 괜찮은 집도 있다. 그 밑에 서울에서 외국인이 제일 많은 곳이 있고 엄청 큰 회사 빌딩들도 많은데 또 그 바로 옆 소공동에는 아직도 한문으로 된 간판의 오래된 양장점이 잔뜩 있고, 십분 십오분도 안걸리는 곳에는 한옥이 즐비하고, 너무 이상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동네이다.

여름에는 서촌에 가야한다. 광화문에서 초록색 학원 버스같은 귀여운 버스를 타고 좀 올라가면 우리약국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즉석 떡볶이가 맛있는 집도 있고, 가끔 땡기면 통인시장에서 기름떡볶이를 좀 먹어볼 수도 있겠고, 제일 중요한거는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감자집에 가야하는데 그 올라가는 길에 있는 유명한 수산물 파는 집을 아직도 못 가봤다.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는데 여름엔 수산물 먹기 찝찝하기도 하고 항상 맥주를 마시러 가다가 생각이 나는 바람에 미루고 미뤄왔다. 올해는 꼭 가야지.

또 청계천 바로 앞에 있는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그 부근에 가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또 내 청춘을 함께하며 공부하러 일하러 열심히 다니던게 생각나서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번달 다음달 을지로 3가부터 학원까지 걸어다니면서 청계천 볼 생각하니까 괜히 설렌다. 서울살이는 너무 외롭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이 좋다. 렌즈도 안경도 끼지 않아 뿌연 시야에 잡히는 그 무수한 불빛들 때문인 것 같다. 학원에서 나와서 광교쪽으로 걸어가면서 건물에 불이 잔뜩 켜져있는게 보이는데 이게 사실은 야근하느라 그런거란 생각이 들어서 어젠 어쩐지 좀 씁쓸하긴 했지만,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곳. 종로 찬가라고 하기도 민망하게 이정도면 거의 서울의 4분의 1은 되는 범위를 써놓긴 했지만.

궁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제대로 가본적이 없는데, 이번 여름~가을에는 서울에 있는 궁이랑 능들을 다 가보려고 한다. 날이 맑고 선선할 때 그 동네에 많은 미술관에 좀 가보는 것도 좋겠다. 추억이 있는 곳들을 다시 다니면서 곱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괜히 특별할 것도 없는 청계천, 을지로 거리를 찍어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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