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on the platform

사실은 나도 그런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너를 지나간 사람 중 하나가 되어, 나는 영원히 알수도 없는 이에게 무용담처럼 말하게 되는 그런 사람이.

나도 그런 연애 한적 있어. 같은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라던지 혹은 최악의 전여친 같은 것으로 회자될런지도 모른다. 그런 말들로 남겨지는 것은 너무 슬프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그런식으로 입에 오르내렸겠지.

어떤 관계던 바람이 들나들 수 있을만큼 선선해야 한다던데. 내 마음 속 기저에 남은건 질퍽 질퍽한 자기혐오 뿐이다.

오래전에는 오히려 관계를 위해 참거나 견디는 것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야하는 것인줄 알았다. 이별의 원인 역시 내게서 찾았다. 지금 그 무렵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그러니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선 누굴 만나도 똑같다는 생각에 정말 마음가는대로 행동했는데, 그래서 그런 것인진 모르겠으나 정말로 그렇게 진지하게 사랑 을 할만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그런 관계 속에서 나는 멋대로 구는 나 자신을 언제나 혐오했으며, 금방 진절머리가 나서 끝도 내멋대로 내곤 했다. 지금도 별로 후회스럽지는 않다. 그 무렵을 지나면서 오히려 연애를 적당히 하는 법을 익히게 된 것 같았다. 지금은 사실 잘 모르겠다. 하루키의 말처럼, 현재는 묘사하기 어렵다. 지나고 나야 떠올려 글로 쓸 수 있으리라. 마음대로 굴지 않고 노력하고 싶으면서도, 천성이 그런사람이 못되어서 결국 모난 구석을 보인다. 결론은 자기혐오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지나가고, 이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건말건 사실 잘먹고 잘 살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그렇다. 소모적이고 적당한 연애를 전전하는 것을 그만두고 싶다. 정말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만남과 동시에 결말부터 생각하는, 드라마도 영화도 스포없인 보지도 않던 나는 이제 어떤식으로든 끝을 생각하기가 두렵다.

아픈머리를 붙잡고 새벽 6시까지 인터넷 전화를 붙들고 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