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추억 :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애플뮤직이 지겨워져 몇 년만에 멜론 정기결제를 시작했다. 만다린 팝이 거의 없어서 후회했지만, 잔나비 노래가 있어서 처음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봤다. 추억에 갈피를 꽂고 남몰래 펼쳐본다는 것이 뭘까.

우리 시대에서 추억의 갈피를 다시 펼쳐 본다고 하면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사진 다시보기 정도 되려나. 카톡 캡쳐, 인스타 보관함, 지나간 사람의 블로그 뭐 그런 것들. 스마트폰을 놓지 못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말까지 나온 시대에, 멍하게 누워 추억을 곱씹는다던가 하는 행위를 쉽게 떠올리기엔 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묘하게 김창완 시대의 노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시대 감성은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보기 전에 어벤져스 시리즈를 하나씩 보고 있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화면엔 데이터가 모두 삭제되었다는 메세지가 뜨고, 모두 당황하지만 스티븐 혼자 침착하게 박스에 담긴 종이 기록물을 가져온다. 모든 것이 지워진 것은 아니라며.

계정을 바꿔가며, 플랫폼을 옮겨가며 일기를 적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지만, 버튼 몇 번 누르면 흔적도 없이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추억 자체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진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