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대해

어릴적부터 나는 그렇게 믿었다. 이름대로 산다고.

내 언니와 나는 이름 한 자를 돌림자로 썼다. 나머지 한 자는 언니는 지혜롭다는 뜻, 나는 예쁘다는 뜻을 썼다. 공교롭게도 언니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다. 나는 항상 언니보다 더 예쁘게 생겼다는 소릴 들었다(언니보다 공부를 못해서 할말이 없던 어른들이 한 빈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공부를 못하는게 아니라 언니가 너무 심하게 잘했다).

그리고 조금 웃기지만, 우리 엄마는 엄 씨였고, 내가 하루가 멀다하고 가던 치과 의사선생님 이름에는 의 자가 들어갔다. 사주를 볼 때도 생일과 이름만 있으면 되었다. 의심할 것도 없이, 어린 나는 이름과 삶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굳게 믿기 시작했다.

문학이나 영화에도 주인공 이름은 항상 의미심장하다. 아비정전의 아비阿飛는 죽을 때에만 땅에 내려오는 새로 묘사된다. 이름 자체가 난다는 뜻이다. 평생 떠돌며 나는 새의 이름으로 알맞다. 사실 작품에 나오는 이름에 대해 얘길 하자면 끝도 없다.

나는 중국어를 전공했고, 이름과 한자에 대해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 나눌 기회가 많았다. 이름자를 보고 농담을 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누굴 처음 만나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이름 한자를 물어보곤 했다. 한국인들은 대개 아주 의아해하지만, 떨떠름한 얼굴로 한자를 알려주곤 한다. 그럼 나는 아주 즐거워하면서 이름과 그 사람의 인상이 맞아 떨어지는지 고민해보는 식이었다.

누구나 이름에 얽힌 이야기 하나쯤은 있다. 이름에 딱히 의미가 없더라도 그렇다. 여권이나 호적, 신용 카드의 이름에 어떤 실수가 있었다거나, 한국에선 평범한 성씨가 어느 나라에선 바보라는 의미라서 곤란하다거나 뭐 그런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씩 다들 가지고 있었다. 이름을 알면 상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이름자를 물어봐야지. 하고 네 영어 이름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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