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연애

이 곡의 세 마디에서 떠오르게 된 생각을 적어본다.

 너무 많은 연애
내가 원하는 건 사랑뿐이었는데
누군가를 목 조르게 해

김사월 앨범은 그럴 때 듣는다. 너무 우울해서 바닥을 찍고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을 때. 그렇지만 오늘은 정말로 랜덤재생 중에 우연히 들었다. 또 한 번의 연애의 종점을 목도하고 있는 오늘은 이 부분이 와닿다 못해 내 얘기 같아서 김사월이 미워지기까지 했다.

나이가 그리 많지도 않은데 이런말 하기 좀 우습지만 너무 지독하게 많은 연애를 하고 살았다. 정말 추억 하나 없는 사람들도 다 합쳐 세어보자면 두 손이 모자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남들이 납득할만한 개연성을 부여하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쉽게 질려해서 그래. 내 성격이 그래서. 이 사람이 알고보니 좋은 사람이 아니더라고. 같은. 본질적인걸 까발려보면 사실 내가 원하던 것은 사랑뿐이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랬겠지. 내가 심심해서 그 많은 연애를 했겠나. 나는 일관된 질량의 사랑을 원했던 것 뿐이다.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수많은 연애에서 악역을 자처했던 내 죄책감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나는 아마 그만큼 많은 이들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누군가를 목 조르게 해  라는 가사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너무 많은 연애들이 나로 하여금 누군가의 목을 조르게 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게 한다는 뜻인지. 어느쪽일지 한참 생각해 보았지만 양쪽 다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누군가의 목을 조르는 사람이었겠지. 동시에 사랑찾아 감행했던 연애들이 내 목을 졸라왔음은 분명하다. 너무 많은 연애를 하고 나니, 누굴 만나도 마찬가지라는 체념과 동시에 그래도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불쌍한 희망만 남았다. 생각 끝에 뭐라도 결론을 내야할 것 같아서, 연애에서 트루-러브를 원하는 것 자체가 멍청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보았다.

김사월의 7102 라이브 앨범은 1집 보다 훨씬 날 것의 이야기를 한다. 수잔에서 더 나이브하게 사랑을 노래한다면, 7102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밑바닥을 들여다본 것 같은 가사들로 묘하게 동족혐오가 인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는 내 얘기 같아서. 어떻게 보면 7102에서 작위적임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꿈에서라도 용서해 달라는 보다는 자기혐오를 멈출수가 없다는 가 더 솔직해보이지 않나. 그래서 나를 마음껏 미워하고 싶을 때 이 앨범을 듣는다. 그래도 괜찮다고 해주는 것 같아서.